)
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되 전면 삭제보다 개별 범죄 유형을 분리해 처벌 근거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배임죄 폐지에 따른 공백을 줄이려는 목적이자 대장동 개발 사건과의 연관을 차단하려는 흐름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0일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은 기존 배임죄가 적용돼 온 판례를 토대로 범죄를 재분류하고 유형별로 별도 처벌 조항을 마련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배임죄가 폐지되더라도 공백을 남기지 않기 위해 대체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판례를 기준으로 유형을 정리하고 구체적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상법·형법에 걸쳐 규정된 배임죄를 일괄 폐지하되 이전에 배임으로 다뤄지던 행위는 개별 범죄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부동산 이중매매는 현재 배임 혐의로 처벌되지만 향후 ‘부동산 이중매매죄’로 신설해 적용하는 방안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판례 검토와 법체계 정비가 필요해 30여 개 관련 법률이 순차 개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 개편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당내에서도 성급히 폐지를 실행하기보다 세부 기준과 대체 규정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유형별 대체입법이 전제돼야만 처벌 공백을 최소화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배경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배임죄 폐지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방어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검찰이 대장동 배임 혐의 항소를 포기한 이후 외압 의혹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이 대체입법을 강조하며 관련성을 부인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가 특정 재판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체입법이 마련되면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해 처벌이 가능하다”며 면소 가능성 제기와의 연관은 선을 그었다. 동시에 기업 경영 판단을 법으로 명확히 하는 방안도 논의되며 과도한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제도 개선 요구가 함께 반영되고 있다.
다만 범죄 유형 세분화와 개별 처벌 조항 정립이라는 과정을 전제로 하는 만큼 제도 설계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있다. 조항별로 적용 범위를 조정해야 하고 기존 법규와 충돌할 가능성도 존재해 당내에서는 “완전 폐지보다는 경영 판단 원칙 명시 등 보완이 먼저”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배임죄 폐지 논의가 경제계에서 시작됐더라도 대장동 사건과 결부되며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입법 과정에서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병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대체입법을 전면에 세우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결국 민주당의 방향은 “폐지하되 공백을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에 맞춰 범죄 유형별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절충적 접근으로 요약된다. 다만 관련 법 개정과 사회적 논의가 동반돼야 하므로 실제 입법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