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심, 노무현→이재명 ‘자주국방’',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열린 한미...'))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 협의를 진전시켜 자주국방의 토대를 튼튼히 다졌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면서 22년 전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362사업’이 부활했다. 진보 정부에서 안보의 상징이던 핵심 사업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 세계 군사력 5위의 나라가 국방을 외부에 의존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라며 “재래식 무기체계를 스마트 강군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휴전선의 긴장 완화와 ‘END 이니셔티브’(교류·정상화·비핵화)로 평화공존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메시지 속에서도 핵심 키워드는 ‘자주 국방’이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자주’는 단순한 이념적 수사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자주 국방 노선은 역대 진보 정부의 유전자처럼 이어져 왔다. 노무현의 ‘362사업’, 문재인의 미사일 지침 해제 그리고 이재명의 핵잠 승인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맥락이다.
대한민국 자주 국방의 뿌리는 2003년 6월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을 보고했고, 대통령의 결재와 함께 ‘362사업’이 시작됐다. 숫자는 사업 착수일을 딴 코드명으로 해당 사업은 철저히 비닉(秘匿) 속에 추진됐다. 사업 내용과 존재 자체가 극비였다.
노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핵에는 핵으로’ 맞서기보다 핵을 감시하고 억제할 수 있는 해양 전략무기 체계를 구상했다. 조 전 장관의 회고록에는 “북한의 전략자산을 추적·응징할 능력, 해상교통로를 지킬 장거리 작전 능력을 위해 핵잠은 필수였다”고 기록돼 있다.
노 대통령은 2006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일갈을 남겼다고 한다. 미국 주도의 질서에 순응할 수밖에 없더라도 최소한 자주국가의 체면은 지켜야 한다는 철학이었다. ‘자주 국방’은 동맹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싸울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실용적 이념이었다. 그는 한미동맹을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재정의하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추진했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진보 정권이 오히려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362사업'은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2004년 중단됐지만, '핵잠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신념을 남겼다. 그 집념은 20년 뒤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이어졌다. 2021년 5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 지침’의 완전 해제를 이끌어냈다. 1979년부터 이어져 온 미사일 사거리·탄두 중량 제한의 족쇄가 풀린 것이다.
그 결과 2022년 ‘현무-5’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개발됐다. TNT 8t급 위력의 미사일은 지하 벙커를 관통해 북한 수뇌부를 겨냥할 수 있는 전력으로 미국의 묵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문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힘에 의한 평화”를 구축했다. △남북정상회담 △9·19 군사합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중재와 함께 F-35A 스텔스기 도입, 탄도미사일 개발을 병행했다. 그리고 올해 이재명 정부에서 숙원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연료를 공급받아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장을 탑재하겠다”고 설명하며 한국의 핵잠 건조 승인을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능력 제고를 환영한다”며 미국 내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오션 자회사)에서 공동 건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며 “한국의 핵잠 건조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헤그세스 장관을 접견하며 “핵추진 잠수함 확보는 한반도 방위를 한국이 주도하게 하는 첫걸음”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심화”라고 강조했다. 또 “전작권 조기 환수는 미국의 방위 부담을 줄이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주 국방의 꿈에 더해 국내 핵잠수함 건조설도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핵잠은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며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잠은 단순한 전력 보강이 아니라 우리 해군의 작전 능력과 해양 이익을 지키는 핵심 전략무기”라며 “설계·기술·안전관리까지 모두 우리 산업 기반 위에서 추진해야 진정한 의미의 자주 국방”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그곳은 잠수함 건조 시설이 전무한 상선 중심 조선소로, 실제 건조까지 최소 5~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설계·건조할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소형 원자로와 추진체 개발을 꾸준히 이어왔고 조선·기계·원자력 기술의 통합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핵잠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농축도 약 95%)을 제공받을 경우 우리 소형 원자로를 재설계해야 하는 기술적 부담이 발생한다”며 “오히려 국내에서 저농축 우라늄 기반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하는 것이 비용·시간·기술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핵잠 사업은 한·미 협력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우리 해군의 자주적 전력화 능력을 증명할 시험대”라며 “정권이나 이념을 넘어선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한·미 간 핵잠 협의는 단순한 방산 기술 이전을 넘어 전작권 조기 환수의 실질적 토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안 국방부 장관과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이 독자적 정보·지휘·타격 체계를 갖춘 미래연합방위태세를 구축할 수 있도록 미국이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안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전작권 전환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며 “핵잠 확보와 함께 한국군이 스스로 작전계획을 수립·통제할 수 있는 전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핵잠 △정찰위성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체계 등 ‘3대 자주전력 축’을 기반으로 2028년까지 전작권 환수 검증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 정부의 핵잠 프로젝트는 결국 ‘힘을 통한 평화’와 ‘한국 주도형 동맹’이라는 두 축의 완성형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