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 다시 수면 위로… 이재명·정청래, 미묘한 긴장 속 ‘공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명청(明淸)’이라는 단어가 다시 살아났...'))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명청(明淸)’이라는 단어가 다시 살아났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간의 관계를 빗대는 이 표현은 협력과 긴장의 미묘한 공존을 상징한다. 겉으로는 웃으며 손을 맞잡았지만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서는 이미 균열의 선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정청래 체제 리더십 논란 중심은 ‘재판중지법’이었다. 민주당이 이달 초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법안을 ‘국정안정법’이라 명명하고 추진에 속도를 내자 대통령실은 즉각 반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대통령실과 대통령의 생각은 같다”고 공개 제동을 걸었다. 사실상 정청래 지도부의 ‘과잉 충성’을 겨냥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 실장은 “대통령께서는 민생과 경제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재판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내부에서는 “참고 참던 대통령실이 결국 폭발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같은 날 오후 여의도 국회 비공개 회동에서 우상호 정무수석이 직접 민주당 수뇌부에 ‘재판중지법 철회가 대통령의 뜻’이라 전했다는 후문도 흘러나왔다.
대통령실의 분노 배경에는 ‘정청래식 독주’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사전 교감 없이 법안을 띄운 데다, 이날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영입했던 유동철 민주당 부산 수영지역위원장을 컷오프시켜 친명계 반발을 초래하면서 ‘명청 갈등’이 재점화된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취임 초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아 ‘취임덕(취임 초 레임덕)’이라는 신조어까지 나돌고 있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유 위원장은 “정청래 대표가 약속한 ‘컷오프 없는 완전경선’은 말뿐이었다”며 “조직강화특위 면접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직접 영입한 친명계 인사인 유 위원장은 경선에서 배제된 데 반발하며 정청래 지도부의 ‘친명계 견제’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자세 낮춘 정청래’, 완전 봉합은 미지수
정 대표는 즉각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백서 발간 시연회’에서도 “어려운 외교 환경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신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 단합 덕분에 국회가 해제를 의결할 수 있었다”며 “계엄이 성공했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내란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국민주권의 완성을 위해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전날 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직후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했고 “웃고 좋은 얘기만 했다. 대통령을 만나면 늘 기분이 좋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어 SNS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도 A급, 시정연설도 A급이여~”라며 “내년도 728조 예산이 국민의 혈세인 만큼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당에서 든든히 뒷받침하겠다. 대통령님,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는 사실상 ‘충성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은 이번 봉합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본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거대한 암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와 다시 충돌할 경우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 대표는 취임 이후 ‘내란 청산’‘사법 개혁’‘검찰권 통제’ 등 강경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강성 지지층에겐 통쾌함으로, 중도층엔 불안감으로 작용했다. 당내에서는 “타이밍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직후 외교 성과를 홍보해야 할 시점에 재판중지법을 띄운 것은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평가다.
여권 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점수를 딸 때마다 당이 급발진해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대표는 2일 비공개 당 최고위 회의 후 기자단 문답 중 “당이 반걸음 앞서가고 대통령실이 브레이크를 밟는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이라 항변하지만 이 역시 ‘거리두기식 자의식’으로 비춰지며 대통령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명청 갈등’의 본질은 인물 간 감정싸움이 아니라 노선의 분화다. 이 대통령은 경제 성과와 국정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정 대표는 검찰개혁 완결과 적폐청산을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당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정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 미묘한 줄타기 속에서 민주당은 여전히 불안정한 공존 상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은 봉합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줄다리기”라며 “이 대통령의 실용 리더십과 정 대표의 강성 리더십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민주당의 향후 운명이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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