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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가 경제형벌 제도 개선 필요성을 또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형벌 완화 기조를 내세운 가운데, 한경협은 10일 ‘21개 부처 소관 경제법률 형벌 조항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총 8,403개 조항이 징역·벌금 등 형사처벌 규정을 포함했다.
형사처벌 조항의 법정 최고형을 기준으로 평균을 산출한 결과, 평균 법정형은 징역 4.1년, 벌금 6,373만 원이었다. 무기징역은 유기징역 30년으로 환산해 계산했으며, 벌금액 산정이 어려운 항목은 제외됐다. 이 가운데 7,698개(91.6%) 조항은 법인과 관계인에게도 형사책임을 확장하고 있었다.
형사처벌 외에 과징금·과태료 등 행정제재가 함께 적용되는 조항도 다수였다. ‘징역 또는 벌금’에 두 가지 이상 제재가 추가된 항목은 2,850개로 전체의 33.9%를 차지했다. 이 중 2중 제재가 1,933개(23.0%), 3중 제재 759개(9.0%), 4중 제재 94개(1.1%), 5중 제재 64개(0.8%)였다.
5중 제재의 예로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의 부정거래행위를 들 수 있다. 해당 조항은 위반자에게 징역(1년 이상), 벌금(이익·회피 손실액의 4~6배), 과징금(이익·회피 손실액의 2배 이하), 몰수(위반행위로 취득한 재산), 자격정지(10년 이하)를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이는 실제 선고된 사례가 아니라, 법률이 정한 최고 수준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경협은 위반 정도에 비례한 처벌 체계를 마련해 기업 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지정자료 미제출 시 최대 징역 2년형을 부과하는 규정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이 매년 특수관계인 현황과 주식 보유 현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며, 이를 미제출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5천만 원에 처한다.
한경협은 단순 행정 착오나 친족의 개인정보 제공 거부 등으로 자료 누락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다수는 담합·시장지배 남용 등 중대한 위반에 한정해 형사처벌을 운용하고 있으며,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은 행정질서벌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라며 “정부의 경제형벌 합리화 추진이 현장에서 체감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30일 경제형벌 합리화 전담팀(TF) 가동을 지시한 이후, 한경협은 9월 18일 행정규제 개선 과제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하며 정부 움직임에 보조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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