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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건강권’을 앞세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새벽배송 전면 금지 주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막기 위한 ‘선의’라는 주장 뒤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택배기사들의 목소리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주장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새벽배송을 ‘과로의 상징’으로 규정하는 시각은 현장 목소리와 괴리가 있다. 쿠팡 협력 택배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3%는 “심야배송 제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낮보다 교통·주차가 수월하고,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며, 수익도 더 높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왜 ‘일할 권리’를 박탈하느냐”고 반문한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노총과 선을 그었다.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필수가 됐다.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자영업자 등이 늘면서 2018년 50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올해 15조 원으로 성장했다. 이용 소비자는 2000만 명, 고용 창출 효과는 1만9000명에 달한다. 단순한 ‘유통 서비스’를 넘어, 농가·중소 제조업체·소상공인의 생계를 잇는 중요한 물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더 큰 문제는 ‘역차별’이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로 발이 묶이는 사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알리프레시·테무 등)은 이미 한국 시장에서 새벽배송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들이 물류 시스템과 배송 속도를 무기로 성장한다면, 국내 유통업체들이 수년 간 투자해온 물류·배송 혁신은 한순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 ‘노동 보호’라는 명분이 자칫 ‘산업 자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손실 규모도 막대하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에 따르면 새벽배송 및 주 7일 배송이 중단될 경우 연간 약 54조3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이커머스 매출 33조2000억 원, 소상공인 매출 18조3000억 원, 택배 업계 손실 2조8000억 원이 사라진다. 10여 년간 쌓아온 물류 혁신의 성과가 규제 하나로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규제는 산업의 명운을 가른다. 주 52시간제, 대형마트 의무휴업, 타다 금지법 등 ‘공익’ 명목의 정책들이 결국 일자리·산업·소비자 편익을 제약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규제는 도입보다 해제가 훨씬 어렵다. 새벽배송 금지 논의 역시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K-물류 경쟁력의 상징이다. 이를 도려낸다면 피해는 노동자·기업·소비자 전반으로 돌아간다. 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금지’가 아닌 ‘개선’이 해답이다. 근무환경 개선, 자동화 시스템 구축, 유연 근무제 확산 등 실효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념이 아닌 현실, 감정이 아닌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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