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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 4곳(네이버·삼성전자·SK그룹·현대자동차)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6일 네이버는 GPU를 포함한 AI 인프라에 내년에만 1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피지컬 AI' 본격 운영을 위한 투자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 산업의 AI 기반 생산 전환 경쟁력을 높이고 주요 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자동차 등 물리적 공간이나 사물과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형태의 AI를 말한다.
네이버는 6만 개의 GPU를 도입할 예정이며 곧 판교 제2사옥 ‘1784’와 세종 데이터센터를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제 환경에서 AI 기술을 시험·개발하는 공간이 운영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통합 컨퍼런스(DAN25)에서 '국내 최대·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목표로 AI 생태계 경쟁력을 위한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최 대표는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네이버 쇼핑을 시작으로 검색, 광고 등 주요 서비스에 순차적으로 고도화된 에이전트를 본격 도입한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는 AI 쇼핑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에이전트를 출시한다. 이어 2분기는 통합검색이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진화한 'AI탭'을 선보인다.
최 대표는 "대화만으로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원하는 콘텐츠·상품·서비스로 연결하고 실제 행동까지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서비스 전반의 데이터와 기술 인프라를 하나로 통합한 '에이전트N'을 새로 구축했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비즈니스 통합 에이전트 '에이전트N 포 서비스'를 공개한다.
삼성전자(삼성)와 SK그룹, 현대자동차도 각각 5만 개의 GPU를 도입해 엔비디아와 함께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엔비디아의 최신형 ‘GB200 그레이스 블랙웰’ GPU를 탑재한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오픈소스 기반 대형언어모델(LLM, 글·사진·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활용하는 거대 언어 모델) ‘네모 트론(NT)’과 ‘쿠다(CUDA)-X’, ‘옴니버스’ 등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의 디지털 트윈화를 추진한다. ‘엔비디아 코스모스’와 ‘아이작 로보틱스’ 플랫폼을 활용해 차세대 가정용 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APEC 정상회의장)에서 “앞으로도 엔비디아와 함께 변화를 주도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표준과 혁신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SK그룹도 엔비디아와 함께 AI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함께 6G 이동통신망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AI-RAN(인공지능 무선접속망)’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의 GPU를 활용해 국내 맞춤형 AI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국내 제조기업이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 산업용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 연구·생산과 클라우드 인프라 고도화를 목표로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 개발을 촉진하는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엔비디아 AI 팩토리를 기반으로 차세대 메모리와 지능형 AI 에이전트를 구동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기반 모빌리티를 지원할 ‘블랙웰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블랙웰 GPU를 활용해 통합 AI 모델의 개발·검증·실증을 추진한다. 자율주행차·스마트 팩토리·로보틱스 등 핵심 산업에서 활용할 초거대 AI 모델을 훈련하는 전용 인프라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는 정부와 함께 피지컬 AI 분야 확장을 위한 30억 달러(4조3000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추진하며 중장기적으로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국에 공급되는 GPU는 엔비디아의 최신형 GB200 그레이스 블랙웰과 RTX 6000 시리즈로 전체 규모는 약 10조~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GPU는 데이터를 대량으로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용 반도체로 복잡한 3D 그래픽과 AI 학습·추론,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GPU가 각광받는 이유는 머신러닝(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과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학습하는 기술) 등 첨단 AI 산업에 최적화된 연산 구조 덕분이다.
그동안 한국은 GPU 경쟁력에서 다소 뒤처져 있었고 공급 부족이 AI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GPU 공급을 약속받으면서 AI 인프라 확충과 메모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예산 10조1000억 원 중 7조5000억 원을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며 "로봇·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향후 5년간 6조 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민간 기업도 이제 GPU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측은 “새로운 블랙웰 인프라를 통해 한국의 AI GPU 수량이 6만5000개에서 30만 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AI 리더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전력 공급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LLM과 생성형 AI가 대규모 GPU 연산을 수행할 경우 전력 소모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GPU의 전력 효율성은 중앙처리장치(CPU, 컴퓨터의 정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치)보다 낮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전용 칩인 A100과 H100의 경우 한 장당 소비전력이 700~800W에 달해 수만 장이 탑재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중소도시 전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황지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는 “GPU 26만 대를 들여오더라도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데이터와 전력 문제를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정부가 데이터·전력·인재 등 AI 인프라 전반을 어떻게 확충하느냐가 AI 산업의 지속성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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